개방이후 베트남 경제는 가파르게 성장해왔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2026년 1분기 기준, 베트남의 경제규모는 7.83% 확대되어 여전히 동남아시아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의 자본이 베트남으로 쇄도하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다. 한때 전쟁과 굶주림의 대명사였던 나라가, 어떻게 ‘아시아의 다음 용’으로 불리게 되었을까. 그 출발점에 ‘도이머이’가 있다.
도이머이 — 굶주림에서 개방으로
미국이 1973년 베트남에서 철수한지 약 2년이 되던 1975년 4월, 마침내 북 베트남이 남 베트남을 흡수 통일한다. 통일된 베트남은 빈곤에 허덕여야 했다. 중앙계획경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1980년대 중반 물가는 한 해 수백 퍼센트씩 치솟는 초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오늘날 베트남 화폐 ‘동(VND)’의 단위가 유난히 큰 것은 이 당시 무너졌던 화폐가치가 원인이다.
벼랑 끝에서 베트남이 꺼낸 카드가 바로 1986년의 ‘도이머이(刷新·쇄신)’였다. 사회주의의 골격은 유지하되,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세계 경제에 베트남을 개방한다는 경제 대전환 정책이었다. 농민에게 토지 경작의 자율권을 주었고, 외국자본의 베트남 투자에 과감히 쇄국의 빗장을 열어 제낀 것이다. 이 경제 대전환 정책 이후 베트남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였다. 적대적이었던 미국과도 1995년 국교를 정상화하며, 베트남은 본격적으로 세계 경제의 무대에 올라서게 되었다.
왜 지금 베트남인가
전 세계 투자자들이 베트남에 열광하는 첫 번째 이유는 낮은 평균연령이다. 베트남 인구는 1억을 넘어섰고, 그 절반 가까이가 30세 미만인 ‘젊은 나라’다. 풍부한 근로 인력자원에 소비인구는 증가하는 인구의 황금기를 베트남이 지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차이나 플러스 원’이다. 중국의 인건비가 상승하고 미·중 갈등의 위험이 커지자,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에 두었던 생산기지를 분산하기 시작했다. 그 가장 큰 수혜지가 베트남이다. 2025년 베트남에 등록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380억 달러를 넘었고, 그중 80% 이상이 제조업이다. 긴 해안선과 동남아의 전략적 위치, CPTPP·EVFTA 같은 폭넓은 자유무역협정, 게다가 정치적 안정까지 고려하면, 생산시설 이전 결정에 이정도 조건이면 경쟁 상대국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제 베트남은 단순히 ‘저렴한 공장’을 넘어선다. 1억 인구의 중산층이 두터워 지면서, 제조 기지인 동시에 거대한 소비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가 베트남에 반도체와 AI 투자에 나서며, 산업의 무게중심도 한 단계 격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베트남 특수와 한국의 기회
베트남 성장의 흐름에서 한국은 가장 앞에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며, 삼성을 비롯한 수많은 한국 기업이 베트남의 수출을 떠받치고 있다. 베트남이 한국에 대해 매년 큰 폭의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것도, 베트남 공장이 한국산 부품과 소재에 깊숙히 의존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이 성장할수록 한국 기업의 일감도 함께 성장하는 구조이다.
공교롭게도 ‘베트남 특수’라는 말은 한국 현대사에 두 번 등장한다. 한 번은 1960년대, 파병과 함께 한국 경제를 일으킨 그 특수였고, 또 한 번은 현재 한국 기업이 베트남의 성장에 올라타며 누리는 특수다. 같은 표현이나 방식은 전혀 다르다. 적으로 만났던 두 나라가, 이제 서로의 성장을 함께 견인하는 사이가 되었다.
베트남의 성장 그늘과 과제
물론 베트남의 앞길이 탄탄대로인 것은 아니다. 성장의 상당 부분을 외국 자본과 수출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의 가벼운 파장에도 더 크게 휘청일 위험이 있다. 토종 기업의 경쟁력은 아직 미천하고, 환율과 물가 압력도 경제에 강한 압박이 되고 있다. 고속 성장한 국가들이 흔하게 부딪히는 ‘중진국 함정’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향후 베트남 경제에 대한 관전 포인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의 성장 잠재력은 명백하다. 2030년이면 1인당 소득이 7천 달러를 넘어 세계 30위권 경제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젊은 인구, 쏟아지는 글로벌 투자, 베트남 정부의 개혁 의지, 이 세 톱니바퀴가 맞물려 있는 한, 베트남 경제는 지속적인 우상향이 될 것이다.
다음 용을 기다리며
전쟁과 분단, 굶주림을 차례로 경험한 나라가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자본이 가장 탐내는 국가가 되었다. 베트남 이야기는 어딘가 익숙한 일면이 있다. 전쟁 폐허의 신생국이 개방과 제조업, 그리고 강한 국가의 도약, 이는 한국이 걸어왔던 바로 그 길이다. 베트남은 지금, 한국의 어제를 다시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